<세계의 주인> 영화 감상평
세계의 주인 속 '주인의 세계'에 대하여
나는 매사에 단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MBTI로 치면 'N'에 가까운 편이다.
세상에는 '그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만물은 비록 각자 최선의 이유로 이루어지진 않아도, 세계와의 상호작용 끝에 생겨난 그럴듯한 이유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개발자를 관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겉보기엔 단순한 '버튼 하나'를 만드는 일 조차 결코 단순치 않음을 아니까. 세상에 '그냥 되는 기능'이란 없음은 여러번 통감했다.)
그래서 늘 이유를 찾아보려곤 한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음은 자명하고, 나의 추측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정답에 가까운 이유쯤은 될 수 있도록.
오늘 본 영화 <세계의 주인>도 역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오래 먹먹함을 남긴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명랑하고 밝으며 소위 '인싸'로 지내는 극중 주인공 '주인',
그러나 후반부에 드러나는 내면의 아픔은 밝음과 큰 대비가 되어 마음을 더 아프게했다.
수호가 작성한 성명문에는 으레 힘들고 파멸로 갈 거라는 관성적인 생각 ('그냥 보통의 생각')이 담겨 있었고, 주인'은 너가 아는게 전부가 아니야, 깝치지마. 단정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때 문득, 단정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나 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 본 영화가 제시한 주인의 '저항'감을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세밀한 이 세계를 간단히 재단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비춰준 셈이었다.
수호에게 소리치던 '주인'의 모습은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라 세계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고,
나는 그 장면에서 '주인'이 자신의 세계 ㅡ'주인의 세계'ㅡ를 처음으로 외부 세계에 드러내는 순간을 보았다.
그 동안은 결코 보이지 않던 그녀의 세계가,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을 통해 상호작용이 일어났고, 비로소' 주인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쪽지의 역할 변화
쪽지의 역할 변화가 인상 깊었다.
불안감을 엄습하는 악성 쪽지가 어느새 경고 메세지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주인'이 쪽지 작성자의 두려움을 이겨낼 극복의 표상임을 고백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끝내 누가 썼는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궁금하다.
작품 중에 연출 장면이 잠깐 나오기도 하지만, 작품 세계 속에서 결국 누군가는 썼을 테니까.
사과를 싫어했던 이유
'주인'이 사과를 싫어했던 장면들도 기억에 남는다.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봉사 모임의 친한 언니인 '한미도'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힌트를 찾고자 하는데,
'한미도'는 "가장 어려운 건 용서" 라 말했고, 주인은 "사랑"이라고 답했으나,
그러나 극중에서도 보였듯 사랑의 내면에, 동일하게 쉬이 용서할 수 없음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던 걸까.
극 막판에 '주인'이 연락 않고 '한미도'네 치킨집에 찾아가는 장면을 보며 어렴풋이 둘의 공통점을 이야기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한줄 평
영화의 부제를 지을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준다면, '세계의 주인, 주인의 세계, 세계의 주인' 으로 짓고싶다.
분명 우리네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으레 '그냥 그런 일이겠지' 라며 지나쳐 버리곤 한다...
뉴스에 나오면 '어딘가 멀리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비교적 우리네 삶에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그런 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배우들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이 완벽을 더했다. 무거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열연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