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24년은 크게 세 시기를 기점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시기는,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덩그러니 소속 없이 취업 준비한다는 막막함으로 보냈던 취업 준비 기간이었던 1월~3월의 기간과
두번째는, 설레는 첫 회사에 입사한 순간,
그리고 세번째는, 조직 개편으로 부서를 이동한 9월 이후이다.
각 기점마다 단순히 환경의 변화나 외부의 변주가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이 동인이 되어 나의 심적 고민들 또한 꽤 짙은 자국을 남긴 것 같다.
1. 취업전 1월~3월
당시에는 뚜렷한 목표로 하는 도메인이나, 회사 규모가 사실 잘 없었다.
지금에서야 여러 주변 사례를 보면서 어느정도에 씨름이 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지만 (실은 아직도 명확히는 모른다. AI, 데이터 분야를 아직 나는 단 5%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다만 그저 한 번 넘어본 신입의 커트라인 문턱, 딱 그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어느 회사에 갈 수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뽑아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마인드 였던 것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에야 회사에 불평 불만도 생기고 하지만...
2. 입사, 4월 이후
이 시기쯤 제일 궁금했던건 도대체 나는 어떻게 뽑혔을까? 경쟁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빨리 클 수 있는지 등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는 100명쯤은 지원했고, 코테는 아슬아슬 하셨는데, 면접을 봐보면 소위 '좀 치는애' 는 몇 없다나, 면접에서 몇 마디 오고가면 쉽게 판가름이 난더랬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적당히 오래 다닐 사람을 뽑다보니 꼭 순위대로 정렬은 아닐 것 쯤은 알지만서도, 문턱을 넘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했던 그런 시기였다. 고생 끝 보람이 잠시나마 찾아온 순간
3. 조직 개편, 9월 이후
분석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는 일이라고 한다면, 하는 일이 달라졌다곤 할 수 없지만,
딥러닝 논문을 보고 '제발' 하는 심정으로 Pytorch Implementation을 찾아 헤매는 비중은 줄어 들었다. 오픈소스 코드 보며 감탄할 기회도 이제는 잘 없다. 요즘은 pandas와 matplotlib을 주로 다루는데, 맘처럼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내가 좀 답답하다. 은근 이거 까다롭다... 많이들 공감하는 부분일거다. gpt라도 없었으면 로직 작성에 대한 보람이라도 느낄텐데(?) gpt가 내가 고민없이 boilerplate code를 500타 이상으로 때려대는 속도보다도 로직이 꽉 찬 내용의 코딩을 더 빠르게 , 심지어 더 빠르게 뿐 아니라 더 잘 해버리니 허탈하기 까지 하다.
이전에는 AI 관련 스터디를 어느정도 보장받고, 진행하는 task에 해당하는 논문들의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소위 taxonomy라고 부르는, 고전으로부터 최근까지 갈라져 내려온 접근 방법론들에 대하여 스스로 서베이 한편을 엮어 내는 것 마냥 공부하는 것은 재밌었지만 개발한 모듈의 출시가 불분명해지고, 이전 부서의 방향이 희미해지면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나를 뽑아주었던 부서의 헤드가 퇴사하셨다. 어떤 것이 선행된 일인지는 잘 모른다. 더한 내막도 있겠지.
솔직한 심정으론 알아서 살아남아야되는건가 싶다.
그나마 희망적으로 사고를 해보면 어쨋든 이 분야는 자리잡기를 발버둥치고 있는 떠오르는 별이(었던)지 지금까진 주변의 밝기가 어두워 빛의 세기가 조금 과장되었다 뿐, 이제는 다같이 불을 켜고 달려들어 밝기가 조금 희미해졌다 할 수 있지만, 그러나 광도는 변하지 않았다.
언제 다시 밝아질 지는 모르는 일. 요즘 경기를 생각하면 그나마도 이 분야가 희망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요즘은 회사는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일은 요새 생성형 AI로 대표되는 값 비싼 GPU 구축에 최신 연구가 점철된 그런 것보다도, 머신러닝, 데이터로 문제를 푸는 쪽에 가깝다. 물론 그 모델이 대게는 딥러닝 모델이지만, 사실 현업에서 해결해야하는 80% 이상의 문제는 LLM과 같은 거대 모델이 필요한다기 보다 이러한 부분들이 필요하고, 이쪽으로 커리어를 키워나가는 게 메리트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쪽을 잘 하는 것도 마저도 쉽진 않을 것이지만...
2025년에 바람이 있다면
매해 바뀌어가는 연말자리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몇가지 깨달은 게 있다.
어차피 해가 거듭되면 연말 자리는 매번 바뀐다. 다음해에 똑같은 자리가 찾아오는 법은 없다.
나의 한 해를 같이 나눈분들과 마무리를 같이 하고, 그리고 스스로 한 해를 돌아보겠지.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러나 거기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된다.
2025년을 대비하는 자세는 거기서 출발하려고 한다.
1. 틀렸다고 말하는사람보다 다른 건가 보다, 말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2. 어쩌다보니 신뢰를 잃은 것 같은데, 좀 스트레스. 인정 욕망 가득한 나에게는 당황스럽고 참을 수 없는일, 잘 해결하되 그러나 인정 욕망만으로는 살지 않길
3. 정량적인 평가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게 아니라, 100% 불가능한 것 같다. 이러한 생각에 따르면 정확한 정성적인 평가라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 결국 남는건 행동과 느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지라, 매사가 그러하듯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피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뿐이라는 것을 다시 명심하기를
4. 올 한 해는,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쩌다보니 24년도가 휘리릭 끝나버린 느낌이 너무나 짙은데, 25년도에는 온전히 내 한해로 만들 수 있길, 그 출발은 구체적인 목표와 부수적인 계획들로 이루어진 만다라트 계획표를 실천하기를
지금 돌이켜보면 취업전 1월~3월과 입사 후 4월에 느꼈던 감정들이 뭔가 옛 감정이 되어 지금의 입장에선 시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지금 부딪히는 감정과 고민들 또한 이미 겪어갔을 수많은 선배들이 새삼스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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