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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과의 대화 - ② 도대체 무엇을 믿을 수 있는가? 본문
놈과의 대화에서
"그래서, 무얼 어떻게 채울껀데?"
에 대한 답으로 믿음과 확신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열렬히 교회를 쭈욱 다니고 있고, 나에게도 왕왕 설파했던 녀석이었기에
믿음에 관한 주제는 당연히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흘러갔고,
자신의 모든 여유로운 태도와, 근거들은 믿음으로 부터 나온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였다.
나 역시, 교회에 대한 감상이 매우 긍정적이고, 경외심에 가득 차 있기에
그러한 생각을 꾸밈 없이 말하는 한편,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진리를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하는데에 대해서도 거짓 없이 말하였다.
그리고 시작된 귀에 따갑게 박히는 이야기에 소심한 반기라도 들듯,
어떠한 꺾임 없이, 어릴때 처럼,
쭈욱 믿고, 그 진리를 인정해버리면 참 속 편하고 내 뜻과도 같구나 하여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이따금씩 스쳤다.
그러나 기독교의 시작이 되는 명제부터에 대해 의심이 있는 상태이기에 쉽사리 마음을 열기 어려웠다.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서양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어쨌든 기독교이고.
현재 한국 사회의 커뮤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것도 어쨌든 상당 부분 기독교이다.
지금 현대에 와서는 종교가 삶의 일부분 뿐으로 전락해 버렸지만,
세상의 큰 축중 하나이자 삶이 곧 종교였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종교를 이해하고 그들을 치사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상적인 사고만 하는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믿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믿는다." 가 정확하겠다.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보통 이야기 하기를, 무언가 믿을 "수" 있다 라고 하는 이 말은 ,
일반적으로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에 깔린 말일 것이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 '믿는 것'에는 이변이 없다. 그러나 믿을 수 있는것에는 의심이 있다.
관련하여 얼핏 스쳐간 것이 의심과 믿음에 관해 담아두었던 아래의 두 글이다.
하나는 데카르트가 의심하는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평가원 지문이고
다른 하나는 창조과학자가 전하는 믿음에 대한 에세이다.
데카르트의 체계적 의심
상식적으로는 자신에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그대로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의론에서는 그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가 모두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옹호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회의론은 근세 철학의 창시자인 데카르트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그는 의심이 전혀 불가능한 확실한 지식을 찾기 위해 체계적으로 의심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즉 의심할 수 있는 이유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의심해 보는 것이다.
그가 의심한 첫 번째 범주의 지식은 감각에 의해 생긴 지식이다. 휴대 전화가 없는데도 벨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 것처럼, 감각은 우리를 종종 속이므로 감각적인 증거를 토대로 생긴 지식은 믿을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의자에 앉아 있다는 사실까지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이에 대해서도 데카르트는 꿈에서 똑같은 종류의 감각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는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감각적인 증거를 토대로 생긴 지식은 믿을 수 없다.
감각적 지식만이 지식의 전부는 아니다. 예컨대 우리의 지식 중 수학의 지식은 감각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데카르트의 의심에서 무사히 벗어날지 모른다. 내가 깨어 있을 때나 꿈속에서나 2 더하기 3은 5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카르트는 수학의 지식마저도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악마가 존재하여 사실은 2 더하기 3은 4인데 우리가 2에 3을 더할 때마다 5인 것처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악마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모순이 되지 않는다면 상상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아무리 의심을 해도 의심하는 사람의 존재에 관한 의심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만약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악마도 그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의심하고 있다면 그는 존재함에 틀림없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 자신의 존재는 그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이다.
그런데 데카르트가 찾은 이러한 존재의 확실성의 토대는 그리 튼튼한 것 같지 않다. 그의 결론대로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생각하는 ‘나’가 항상 같은 ‘나’라는 보장이 있을까? 생각하는 ‘나’가 존재한다고 하면 지금 생각하는 ‘나’와 5분 전에 생각하던 ‘나’는 똑같은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생각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지만 5분 전에도 ‘지금의 나’가 생각했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으므로, 지금 생각하는 ‘나’와 5분 전에 생각하던 ‘나’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데카르트의 체계적 의심에 따르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좀 더 철저히 의심하면 영속적인 나의 존재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는 회의를 시작했지만 철저한 회의론자가 되지는 못했다.
<출처: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2014. 예비평가 국어영역 B형 [19~21] >
21. 위 글을 바탕으로 <보기>의 상황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나의 뇌가 몸에서 분리되어 양분이 공급되는 큰 통 안에 둥둥 떠 있고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통 속의 뇌’에서는 나의 경험을 모두 컴퓨터가 조작해 내고 있다. 가령 나는 의자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컴퓨터가 만들어 낸 환상이다.
① ‘통 속의 뇌’와 같은 상황은 우리가 체계적으로 의심한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겠군.
② ‘통 속의 뇌’의 세계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어.
③ ‘통 속의 뇌’를 조작하는 컴퓨터는 데카르트가 말한 ‘악마’에 해당하겠네.
④ ‘통 속의 뇌’의 세계에서는 2 더하기 3이 4이면서 동시에 5이겠어.
⑤ 우리도 그런 ‘통 속의 뇌’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겠군.
갑자기 등장한 웬 놈의 기억이 새록새록 하신분들이 있으리라. 당황하셨겠지만 아무튼 문제의 정답은 4번이다.
다 맞는말인데 4번 혼자 그럴듯한 헛소리를 하고 있다. (악마든 그 누구든, 속삭여서 나를 속이는 상황이나, 통속의 뇌의 세계에 빠진 '나'던간에, 2더하기 3은 4거나 5다. 다시말해 2더하기 3은 4인 경우의 1번 케이스와, 2더하기 3이 5인 경우 2번케이스 그 둘 뿐이다. 2더하기 3이 동시에 4나 5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알고 있다는 것은 실재와 속임수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부활을 믿을 수 있나요?
부활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과학으로 입증된다면 믿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과학으로 입증되면 지식이 되어버리고 지식은 그저 이해하고 동의하면 됩니다. 우리는 ‘과학으로 증명되어야만 진리’라는 계몽주의의 산물인 증거주의에 깊이 매몰되어 있습니다.
내 아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물론 많은 경험적 증거를 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속이고 있거나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의 사랑을 믿습니다. 사랑은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부활을 믿는 건, 무생물이 된 죽은 몸이 다시 생명체가 될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논쟁하고 탐구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성육신한 예수와 그의 대속과 부활을 믿는 건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거대한 하나님의 나라를, 그의 통치를 회복시키는 그 원대한 구속의 계획에 감격하고 거기에 참여하고 그 일부가 되기 위해서 믿는 것입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단지 과학적 혹은 철학적 논쟁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내어 걸고 예수가 걸어간 죽음의 길을 걸어가는 헌신과 희생을 끌어냅니다. 예수의 도, 그 고난과 희생의 길을 우리가 조금이나마 흉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예수의 부활을 믿기 때문입니다.
<출처 원글: https://www.scitheo.org/305?category=850291>
위대한 성인인 데카르트씨의 의심과
최첨단을 달리고있는 21세기 과학자의 믿음에 대한것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
나는 그것이 결코 다른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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